제52회 영추포럼(121122) 후기: 제니텀 대표 김희관
2012년 마지막 영추포럼이다. 알파+건축의 마지막 시리즈 'Brave New World of Mixed Reality'. 올해 앞서 열린 영추포럼과 다른 점은 건축과 건축을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인 공간 그리고 공간을 이루는 여러 가지 가지와 맥락적인 궤를 같이하는 분야의 사람들과 '현실'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그렇다고 이번 포럼이 '현실'의 반대개념인 '가상'에 대한 얘기도 아니다. 김희관 대표는 본인을 '현실'과 '가상'의 사이에 사는 남자라고 소개한다. 현실과 가상의 사이라는 개념을 이전에 경험해보거나 직접적으로 들여다 본적이 없어서인지 이번 알파는 더 새롭고 흥미롭다.
증강된 현실 Augmented Reality
개인적으로 증강된 현실에 대한 과거에 대한 경험은 모 기업의 TV광고로 기억한다. 모 3D-TV광고는 도시공간 속 어느 한부분에 여러 대의 TV를 설치하고 마치 도시의 일부분이 다른 자연공간(대로변에 폭포가 떨어지는)으로 대체된 듯한 현실을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 말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아래를 보면서 마치 폭포 아래로 떨어질듯한 긴장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이 광고의 주 목적은 TV의 뛰어난 성능 때문에 현실공간과 가상으로 만들어진 다른 공간을 구별할 수 없다는 눈속임이다. 하지만 이 광고가 더 흥미로운 점은 도시공간이라는 현실적인 캔버스위에 가상공간이 얹혀 있다는 것 그리고 공간의 거리와 시간적 개념이 사라지는 경험은 TV라는 2차원 시각적 장치가 가져다주는 아주 기본적인 증강현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이다.
사이? 증강현실? 증강된 현실?
포럼을 통해서 공부하기 전 증강현실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실은 현실에 얹혀 있는 혹은 현실 속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괴리되어 있는 '가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가상은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꽤 오래전부터 컴퓨터 게임 등을 통해서 완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가상을 경험했고 지금도 그런 경험의 생경함은 대수롭지 않다. 심지어는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가상이 더 현실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여기서 증강현실은 가상이란 환경 내에서 새로운 정보를 덧붙인다거나 다른 차원의 정보 제공 장치를 이용한 진화된 혹은 다른 차원의 가상이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증강현실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말 그대로 현실이라는 캔버스 위에서 새롭게 구축된 그 자체로 현실이다. 이것이 아닌 저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이 같이 존재한다는 점이 '증강현실'이다.
증강현실에 대한 재밌는 가정은 끝없는 현실의 재가공이다. 꿈에 그리는 멋있거나 아름다운 애인과 현실 속의 홍대 앞 길거리를 걷고 007영화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사라져 주고 언제든 나타나 준다. 더 나아가 그 사람과 포옹을 나눌 수도 있고 키스를 할 수도 있다. 혹은 종로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현재 21세기의 종로 거리와 500년 전 조선의 한양 거리를 길 하나를 두고 동시에 걸어 다니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증강현실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현실에서 부족하거나 결핍되어있는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는 대체된 현실일수도 있고,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복합된 현실일 수도 있다.
증강현실의 부정적 이슈
증강현실은 인간에게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 상황에 무궁무진한 편집된(무한한 자기 만족을 일으키는) 현실을 덧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지만 그만큼 충분히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이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기술적인) 조건은 자본이며, 자본을 창출하려면 산업적인 폭발력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볼만한 이슈다. 의도적으로 편집된 현실은 실제 현실에서 결핍된 욕망과 가치를 대변하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기 쉽고, 현실과 편집된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분명히 윤리적인 가치를 항상 견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증강현실과 건축
건축은 절대적인 현실을 다룬다. 당장 우리가 밥을 먹고 자고 일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다룬다. 제한된 재화와 상황 속에 항상 부딪히면서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공간을 다루고 그 속에서 사건과 컨텐츠들이 발생할 수 있도록 건축가들은 노력한다. 그렇다면 건축 속에서 '증강현실'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증강현실'은 실재하는 캔버스에서 새로운 컨텐츠를 재편집하고 재창조한다. 좋은 컨텐츠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공간은 '증강현실'에 의해서 증폭되거나 풍요로워지고 재가공되며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은 무궁무진한 컨텐츠와 이야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 건축가들은 더 좋은 공간과 컨텐츠를 구상하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실재하는 그것들을 편집하고 가공하는 계획까지 우리에게 제시해 줄 수 있다. 실재하는 공간의 도면과 그 속에서 편집되어지는 새로운 컨텐츠를 설계하는 건축가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글 황두진건축 양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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